나의 이야기
친구의 환갑잔치사
창원석심
2017. 7. 15. 14:26
친구야!
나이가 들어 좋은 게 많다고 한다.
가끔씩 거시기가 서지않아 여자 욕심이 사라지니
평정이 유지되어 좋고,
한잔 술에 취하니 술값이 부족치 않아 좋고,
갖은 풍파 속 인생을 겪다보니 그게 그거란 생각에 화를 낼 일,
벨이 꼴리고,속 터지는 일이 적어서 좋고,
돈이 덜 필요해서 치사스러운 놈들 안 보니 좋고,,
늙어 폼 잴 데가 없으니 옷 대충 입어서 좋고,
어느 스님 말대로 강아지풀도 죽고 나비도 죽고 소나무도 죽고
사람도 예외가 없이 죽게 된다하니
세월이 가면서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갖 가지 걱정이 줄어드니 늙어감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흩어진 기억력으로 노래는 몇 번을 들어도 또 새롭고,
즐거운 이야기는 몇 번 반복해 들어도 또 즐겁기만 하니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게 많다..
............
이제 60의 나이다..
어떻게 지내왔는지 기억을 반추하는 기회도 한 번 갖지 못한 채
바쁘게 60이 되어 버렸다.
찐~하게 살아왔다.
진짜로 찐하고 짠하게 살아왔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제까지 살아온 것처럼 또 다시 격정적으로 살 수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 것같기도 하다.
지금껏 살아오며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아내에게 헌신했으며
내자식에게 최선을 다하였다.
내 자신의 주체로서 기나긴 세월동안 어떨땐 굴복하고,
때로는 승리하면서 지금 60의 육체와 함께 이를 견디어 왔다.
가끔의 굴복과 승리는 가족을 위한 선택이었기에
슬프고 억울한 울분의 감정마저도 가장으로서도 겸허이
받아드리며 지금까지 왔다.
아직도 남아 있는 육체의 힘으로 가족을 위해 노력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 하자.
앞으로 현역에서 뛸 수 있는 10년을 오로지 즐거움으로
꽉꽉 채워도 시간이 부족하다..
살아있는 자체를 느끼며 축복에 살아가자..
찬바람을 느낄 수 있는 내 신체의 피부가 작동하는 것이
팔팔하게 살아 있음이고,
떨어지는 빗줄기에 바짓가랑이가 잔뜩 젖음이 존재감이다.
지금 이 시간 숨쉬고 있는 순간이 축복이라면,
내 옆에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고, 친구가 있는데
이게 축복 속 천국이 아니겠는가..
침대 옆에 누워 코를 조용히 골고있는 아내를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맥주 소주 몇잔을 놓고 서로 서로 뻥을 까고, 씨잘때기
없는 욕하고, 훌라치다가 싸우고, 당구치다가 히히덕덕
거릴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어서 더 좋지 아니한가.
고난과 고통, 책임, 의무의 한 갑을 헤쳐 나온 자신의
진지함을 온 세상에 알리는 오늘,
가장 웅대하고 화려한 마음의 잔치를 벌리자.
새로운 갑을 축하하고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축복잔치다..
친구야! 진심으로 회갑을 축하한다.